사경으로 아버님을 천도한 정진스님
부처님 가르침의 진리가 담진 경전이나 불보살님의 명호를 사경하면 그 공덕이 무량하고 영험이 한이 없다는 말씀은 불교경전 여러 곳에서 많이 나오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고 통도사 정진正眞 스님이 사경으로 아버님을 천도한 이야기를 소개 한다.
조선시대 말 통도사 백련암에서 수행하던 정진스님은 울산에 살던 아버지 송유양이 돌아가시자 49제를 지내드려서 당연히 천도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꿈에 포졸 옷을 입은 7~8명의 험상궂은 사람들이 바닷가로 끌고 가 강제로 배에 태워 무인도에 내려놓은 것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스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보니, “스님은 어느 절에 계시며 법명은 누구입니까?”
“통도사 백련암에서 수행하는 정진입니다.” “고향은 어디입니까?”
“울산입니다.” “그럼 내 아들이 맞구나!” 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틀림없이 아버지가 맞는데 얼마나 고초에 시달렸는지 핼쑥해져서 어른 그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아버지. 이것이 어찌된 일입니까?”
“아들아! 내가 세상에 살 때 재산이 좀 있고, 양반이라 하여 사람들을 괄시한 과보로, 지금 뱀들이 우글거리는 요사지옥(繞蛇地獄)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단다. 제발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다오.”
“제가 어떻게 해드려야 합니까?”
“내가 이 지옥에 들어온 후 천상으로 태어난 사람이 꼭 한 사람 있었다. 그는 소주 땅에서 관리 노릇을 했던 ”정익수“라는 사람인데, 그의 아들 정태을이가 아미타불명호 사경 백만 번을 하고 천도해 준 공덕으로 이곳을 벗어나 도리천으로 갔다고 한다.
너도 나를 위해 법화경을 사경하여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다오.”그리고는 무엇에 의해 끌려가는지 몸을 벌벌 떨며 말하였다.
“이제 또 지긋지긋한 고문의 시간이 되었구나. 제발 부탁이니, 내 말을 잊지 말아라.”
“아버지! 아버지!” 정진스님은 소리를 치다가 꿈에서 깨어났지만 생시와 같았다. 스님은 울산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가 꿈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사경에 필요한 도구뿐만 아니라, 천도에 사용될 공양금과 기도스님과 고양주를 비롯한 머슴들에게 쓸 비용까지 모두 마련하였다.
필요한 공양금이 마련되자 순천 선암사의 대강백이요. 명필로 이름난 김경운(金警雲) 스님을 모셔와 검은 색 한지에 금가루로 법화경을 사경하다 보니 붓이 다 마모되어 더 이상 사경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눈이 많이 내려서 붓을 사러갈 수도 없어 사경을 중단할 지경이었는데, 때마침 족제비 한 마리가 뛰어들어 와 아랫목에 자리를 잡는 것이었다.
“나가거라. 추워서 들어 온지는 몰라도 여기는 네가 들어올 곳이 아니다.”하였지만 족제비는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짓으로 나라해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경운스님은 느낀 바가 있어 “아! 효자 정진스님의 아버지를 위한 거룩한 불사에 네몸의 털을 보태겠다는 것이나? 네 뜻이 가상하니 받아들이마.”하고 경운스님이 살아있는 족제비의 꼬리털을 모두 뽑는 동안 족제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고맙구나. 이것으로 붓을 만들면 이 경전을 다 쓰고도 남겠다.”그때서야 족제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경운스님은 그 족제비 털로 미타경 일 천권의 사경을 끝내어 정진스님으로 하여금 통도사 적멸보궁 부처님 사리탑에 올리고
“삼가 아버님을 위해 법화경을 사경하여 부처님 전에 올리나이다.
원컨대 지옥에서 한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 불효자 정진의 아버님 송유양으로 하여금 이고득락 하도록 가호하여 주시옵소서.“ 축원을 올리며 천도재를 베풀어 드렸다.
그날 밤 정진스님의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고맙다. 너의 지극한 정성으로 요사지옥에서 벗어나 이제 천상으로 간다. 부디 수행 잘하여 고해에 빠진 중생을 많이 건져다오.”하였다.
또. 아내의 꿈에 나타나 당부하길, “여보! 사람이 가진 것이 좀 있다 해서 남에게 잘난 척 하면 안 됩니다. 항상 베풀고 공덕을 쌓으며 사는 것이라오.
소작인들이 도지를 가져오면 적다고 책하지 말고 “고맙다” 여기면서 주는 대로 받으시고. 복 닦는 일을 잊지 말길 바라오. 나는 당신과 스님 아들이 있어 이렇게 제도를 받았지만, 당신 뒤에는 그렇게 해줄 사람이 없으니 당신복은 당신이 닦아야 합니다.”라고 당부하였다.
그때가 1901년이었고, 현재 이 금자법화경은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보관되어있다. 정진스님은 지옥에 빠진 아버지를 천도하면서 실지로는 법화경을 한 편도 사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경 전이나 사경 중에 정성을 다하였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요사지옥을 벗어나 천상으로 인도된 것을 보면, 사경공덕이 얼마나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 륜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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