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는 잘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고,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많다. 그래서 부처님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을 “감인계甘忍界”라 하였다.이 세상은 자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혼자서만 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 생각대로 척척 되는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내 뜻과 내 욕심대로 잘 안 되면,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린다.
공자는 “적은 일 하나를 참아내지 모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하였다. 그러므로 때로는 참기도
해야 하고, 그것이 성숙될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참고 이겨내는 것 중에는 “아픔과
슬픔. 춥고 배고픔과 억울하고 그리움 창피하고 미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 많은 중에서
가장 참고 이겨야 하는 것은 분노를 이기는 일이다. 인간의 성공은 자신을 이길 때만 이루어진다.
때문에 불교수행에서 인욕을 강조하는 것이다.
경남 동래 어느 바닷가에 금슬 좋은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은 매일 같이 고기를 잡기위해
바다에 나가면 아내는 남편이돌아올 때까지 바다를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다가 남편과 함께 귀가할
정도로 정이 깊은 부부였다.
이 날도 아내의 전송을 받으며 바다로 나간 남편이 해가지고 날이 어두워도 돌아오질 않았다.
눈이 빠져라 하고 남편이 나간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아내의 마음에 불안으로 가득해 있는데,
심한 태풍과 파도가 남편이 돌아오는 길을 어렵게 만들었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 파도소리가 요란한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꼬박 지세우고 짐으로 돌아온 아내는
식음을 전패하고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를 본 동네 사람들은 “아 낙이 참으로 딱하고
불쌍하다. 저러다가 아낙마저 죽을지도 모른다.”면서 안타까워하였다.
그러던 며칠 뒤 동네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에 나가보니 남편이 타고 나갔던 고깃배가 파도에
밀려 바닷가로 와 있는 것이었다. 아내는 남편이돌아오지 않는 것을 비관하여“남편 따라 같이
가겠다."고 바다에 뛰어들어 죽으려고 몇 번 시도 하였지만 그 때마다 동내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죽지 못하였다.
동네 사람들은 “아무리 사나운 운명이라도 착하고 사랑이 깊은 부부를 떼어놓지 못한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고 위로하여 모질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바다로 나갔던 남편은 거센
폭풍우를 만나 배가 파도에 전복되어 헤엄을 쳐 구사일생으로 무인도 외딴 섬에 가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는 바다풀로 겨우 연명하며 3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작은 고깃배에 구제되어 그리워
하던 자기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봉당 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외간
남자의 신발과 자기 아내의 신발이 사이좋게 놓여있는 것을 보는 순간 미친 듯이 눈이 뒤집히고
말았다.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가 그간을 참지 못하고. 변심을 하여 외간 남자를 끌어드려 정을 통하고 있다
는 것에 배신감과 분노가 치밀어”이 연놈들아 타죽어라 “며 집에 불을 지르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먼 곳에 숨어서 지켜 보고 있는데 ”불이야!“하고 동내사람들이 달려왔지만 이미 늦어 불길을 잡을
수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동내사람들은“참으로 딱하고 불쌍한 아낙이다.그토록 남편이 살아 돌아 오기만을
기다리며 혹 어떤 남자들이 범하기라도 할까봐 친정아버지가 와서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신발까지
갖다 놓고 자신을 지켜온 열녀였는데, 결국 불을 놓아 목숨을 끊고 남편을 따라 가고 말았구먼,"
하는 것이었다.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남편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이럴 수가?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미쳤지.이
못난 나를 남편으로 여기며 살아 오기만을 기다던 착한 아내를 내손으로 불에 태워죽게 하다니“
하며 땅을 치며 후회를 하였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고 말았다.너무나 기가 막힌 남편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여 결국 자신도 바다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그렇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생활 속에 있을 법한 일이어서 그냥 듣고 넘길 이야기는 아닐 듯싶다.
분심이 치밀어 오를 때 누르고 억제하는 것은 수도이다. 원효대사는 “분심이 일어날 때 한 번 참는
것은 오래오래 복이 된다"고 하였다.
무인 외딴섬에서 심힌 고통도 3년 간을 이겨내고 참았던 그가 하찮은 고무신 하나 때문에 분노를
일으켜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고,자신의 운명을 불행하게 만든 순간의 분심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불은 재산만을 태우나 사람의 불같은 분심은 자신에게 재앙을 불러오고, 운명마져도
앗아간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고 수행할 때 평화로운 가정을 만들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글 흥 륜 사 주 지 정 법 륜 합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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